[시] 시골 장터
메밀꽃이 담뱃대 위 둥근 사발이 뱅뱅 돌아가고 꽹과리와 장구 남사당 풍물놀이패들의 해토머리 조촘조촘 숨 가쁘게 돌아간다 춤꾼 포수는 수꿩 한 마리 등에 매달고 덩더꿍 덩더꿍 무동을 어깨 위에 세우곤 흥겹게 흘러나오는 장단 맞추며 한 가닥 한 가닥이 해탈한 웃음을 지으며 맨발로 춤춘다 어쩌려는지 배 속의 아이도 영육이 하나가 되어 어깨를 으쓱으쓱 춤 흉내를 내는 것 같다 포개지는 사발 위에 바램은 소소해지고 두 젓가락 잡은 손가락은 쇳소리의 격랑에 힘을 잃어가지만 바가지 엎어놓은 듯 불룩한 나의 배는 행복하기만 하다 (변명도 흥겹다 ) “여보! 나는 안 먹고 싶은데 아기가 자꾸 국수가 먹고 싶대……,” -첫딸 임신했을 때 유경순 / 시인시 시골 장터 시골 장터 장구남사당 풍물놀이패들 춤꾼 포수